‘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제목만 볼 때 여성의 주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문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체는 여전히 남자로 남는다. 미래의 주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미래가 여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시각을 넘어 미래는 여성의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책이 있다.

<제1의 성>의 저자 헬렌 피셔는 앞으로 제1의 성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생물학적 견해와 진화론적 이론, 그리고 인류학적 중심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는 먼저 생물학적 견해로 태아가 유전학적으로 여성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면, 그 태아에는 남성 호르몬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여성성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남성이 되려면 남성호르몬 즉 화학물질을 첨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풀어 이야기하면 남성이 되려면 여성 호르몬 바탕에 남성 호르몬이 침투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기본 성 자체의 지향성은 여성이라는 논리다. 저자는 이에 더 나아가 원래 지구상의 헤게모니가 남성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성이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1970년대 이후 학자들은 인류가 농경으로 인해 정착생활을 하기 전에는 여성들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막강했다는 학설을 확고히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농업혁명이 뿌리 내리면서 남성들은 땅을 개간하고, 들판을 경작하고, 농작물을 거둬들이는 중요한 경제적 임무들을 맡기에 이르렀다. 이어 남성들은 상인, 전사, 가족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한다.

농경사회 이전에는 여성들도 아이를 남겨놓고 사냥을 나가거나 먹거리를 채집했으며, 주요 산물과 귀중품을 수집하고, 자신들의 재화와 정보를 이웃과 교환하고, 더 넓은 마을공동체에서 소중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며 헤게모니를 유지했다.

증거로 책은 미국 남서부의 나바호 인디언 족을 소개한다. 그들은 아직도 모계사회이며, 그들의 후손들은 모계를 따른다. 또 관습에 따라 가족의 재산은 나바호족 여성들이 물려받으며 자식에게는 어머니의 성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자료가 아니더라도 여성이 제1의 성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남성보다 여성의 긴 수명과 폐경기 여성의 강인함을 설명한다. 남성은 나이가 들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수치가 감소되지만 여성은 오히려 폐경기가 지나면, 에스트로겐(Estrogen)이 감소하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증가하게 된다.

결국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더 강해진다는 것인데 이와 맞물려 베이비 붐 세대가 완전 성장해 이 거대한 무리가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이제 중년에 들어서 이 거대세력들 중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사회에서 여러 가지 영향력 있는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 전한다.

그렇다고 헬렌 피셔는 여성만이 항상 권력에 존재하는 그런 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지배해왔던 남성의 제1의성이 여성도 될 수 있다는 양성 평등적 입장에서 전개하고 있다. 2009년에는 통합적 차원에서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여성의 힘과 깜냥을 기대해본다.

                                                                   생각의 나무 / 43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