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 <1인용 식탁>

혼자서 순대국밥을 먹어 본 기억이 있는가? 그 정도쯤은 먹어 본 기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횟집이나 삼겹살집은 어떤가? 혹 있다면 이제 일회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그런 곳에 가 혼자 먹을 수 있는가. 아마도 마음껏 즐기며 혼자 삼겹살을 먹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왜 그럴까.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소설이 있다.

윤고은의 '1인용 식탁'이다.

주인공은 어느 순간부터 밥을 혼자 먹게 되었다. 직장동료들로부터 소위 왕따를 당한 셈인데 주인공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처음 며칠은 패스트푸드와 분식점을 돌면서 지내지만 결국 이런 음식들에 실증이 난 주인공은 회사와 거리가 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음식점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곧 그 마저도 한계를 느낀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혼자서 밥을 먹어도 힘들지 않도록 교육시켜주는 한 학원을 우연히 발견한다.

학원에서는 1단계부터 5단계까지의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는데 1단계는 커피숍, 빵집, 패스트푸드점, 혼자 다니기, 2단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정식집, 패밀리 레스토랑, 3단계는 결혼식, 돌잔치, 4단계는 고깃집, 횟집, 5단계는 혼자 먹는 중 옛 애인을 만나는 등의 돌발상황 극복하기 등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회사의 점심시간을 이용해 열심히 강의를 듣는 끝에 5단계까지 마치고 이제는 동료들이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해도 자신이 뿌리치고 혼자 먹는 경지에 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그는 학원의 마지막 실전테스트에서 떨어지고 만다. 평소의 모습과 달리 음식을 먹는 리듬도 타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도 꾸준히 의식하면서 결국 먹은 것을 다 토하고 만다. 학원원장은 85%의 원생들이 마지막 테스트에서 떨어지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면서 재등록하면 된다고 그를 위로한다. 그가 배운 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설은 85퍼센트의 사람들이 두려워한 것은 시험이 아니라고 전한다.

그것은 시험 이후에 찾아올 진짜 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학원의 최종 단계를 마치고 나면 더 이상 학원에 찾아올 필요가 없고 곧 혼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우리'라는 소속의 사라짐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고 딛고 이기는 사람만이 졸업을 하게 된다. 그는 굳은 결심 끝에 다시 재등록하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학원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현실로 가장된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등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