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충무로의 골목길 어귀를 돌아 조금 올러서면 'cafe 딸깍발이'라 새겨진 나무간판과 작은 까페가 눈에 띈다. 추운 겨울, 한파로 가슴까지 냉랭해진 몸을 이끌고 어느 숲 속 따뜻한 온기 가득한 조그마한 별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딸깍발이는 한국인의 맛 떡볶이를 전문으로 하는 신개념 카페이다.
딸깍발이는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지켰던 선비의 정신을 담고자 한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사전적 의미로 딸깍발이는 '가난한 선비'를 뜻하는 말로 쓰이며, 이유래는 1952년 이희승 수필집 <벙어리 냉가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수필집은 딸깍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남산골 샌님을 소재로 삼아 전통적인 선비정신의 가치를 되새기며,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현대인들의 삶을 반성하게 하는 교훈적 성향의 수필이다.
딸깍발이는 2007년 10월, 어렸을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던 김정욱 대표의 꿈으로 시작됐다. 스타벅스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와서 인기를 끌고 있을 당시 김대표는 의분이 들었다. 그 의문은 바로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커피 브랜드가 한국적 의미와 맞아 떨어지냐는 것이다. 특히 이런 다국적 기업의 대표 사이드 메뉴인 조각 케이크를 보고 우리 입맛에 잘 맞을까 하는 의문이 더 컸다고 한다. 그후 그는 고심 끝에 커피와 함께하는 사이드 메뉴로 '한국적 의미로 편안하게 다가가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한국적인 입맛을 대표하는 간식 떡볶이는 생각해 냈고 이로써 떡볶이 까페 딸깍발이가 시작하게 되었다.
맛과 더불어 정신까지 깃든 딸깍발이에는 다양한 맛의 떡볶이와 각종 음료와 차로 가득하다. 딸깍발이의 특별한 떡볶이는 크림소스 떡볶이, 사천식 짜장 떡볶이, 일본 카레 떡볶이, 빨간 떡볶이 등으로 쌀 떡볶이를 이용해 퓨전의 맛 속에서도 한국인에 맞는 입맛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다.
딸깍발이의 대표 메뉴인 크림소스 떡볶이는 부들부들 하얗게 녹아내린 크림소스가 떡볶이를 더욱 담백하게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사천식 짜장 떡볶이는 짭짤하게 간이베어 한입 베어 불 때 그 깊은 맛과 쫄깃함을 잊을 수 없다. 그밖에 일본카레 떡볶이는 일본카레 특유의 부드럽고 알싸한 매운맛으로 새로운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치즈가 듬뿍 들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매콤한 빨간 떡볶이는 보통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맛으로 생각하면 금물이다.
딸깍발이에는 이런 특별한 떡볶이와 더불어 핸드드립 커피의 깊은 향이 가득하다. 핸드드립커피란 원두커피 추출방법의 하나로 직접 손으로 뜨거운 물을 커피가루에 떨구어 커피액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핸드드립 커피는 주로 강남, 분당, 커피골목 등에 한정되어 있다. 김대표는 이렇게 한정되어 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지역적 특성상 문화적 혜택을누리기 힘든 위치인 충무로에 둥지르 틀고 딸깍발이를 통해 대중적으로 편안하게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돈은 없지만 자존심은 지켰던 선비의 정신을 계승한 딸깍발이는 음식과 차의 가격이 저렴하다. 김대표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가치까지 저렴한 게 아니다. 딸깍발이라는 공간에서의 가치는 크다'라고 말했다. 음식을 먹는 가운데에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손님들에게 가격은 싸지만 편안하면서도 남다르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김대표의 꿈과 바람이 돋보인다. 또한 그는 '떡볶이는 우리나라 정서에 오랫동안 머문 음식이다. 그러나 똑볶이에 대한 잇긴이 분식화 되가면서 우리음식인데도 불구하고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딸깍발이와 김대표는 경제적인 지표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에 반해 딸깍발이 정신을 토대로 맛과 정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밖에도 딸깍발이는 한달에 한번 정기적인 독서 모임 토론회를 진행하며 맛과 더불어 토론 문화 정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긴 추위를 이겨내는 겨울의 끝자락 2월, 맛있는 떡볶이와 향이 깊은 핸드드립 커피가 있는 딸깍발이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딸깍발이를 통해 입과 함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출처 ; carsou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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