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의 옆문을 뚫고 나가는 혜안을 갖자!

설을 앞두고 저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만약 경제학적 관점에서 저마다 복을 원한다면 모두 복을 받을 수 있을까.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그 재화로 복의 기준을 잡는다면 말이다. 올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소득에 따른 계층 간의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소식이었다. 시쳇말로 '개천에서 용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 커피 업계는 어떤가. 대부분 업계 종사한 분들의 의견이 커피시장 자체는 레드오션이지만 계속 발전할 거라는 내용이다. 이에 별다른 이견은 없다. 레드오션에서 밀린 사람들은 사라지지만 커피라는 복잡한 문화적 성격 덕분에 끓이지 않고 새로운 신규 사업자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들은 커피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험난한 시간들을 버티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보았던 영화 <설국열차>는 우리 커피 업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송강호 주연의 <설국열차>는 오직 정해진 레일을 돌면서 그 안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뒤 칸에 탄 사람들이 보다 나은 앞 칸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한 칸 한 칸을 뚫고 가기에는 영화나 현실 역시 만만치 않다.

커피 업계에 신규 사업을 준비하려는 예비 창업자들 중 소규모 점포나 테이크아웃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기란 더욱 힘들다. 이유는 레드 오션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커피 시장의 발전에 대응할 자본과 시간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커피 업계의 트렌드를 읽고 대응하려면 당연히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면 모를까 소상공인들에게는 본인이 고용주이자 피고용인이기에 10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을 감당하기도 벅차다.

사실 최근 들어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커피 업계까지 들어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자고 매달리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영세기업을 위한 방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설국열차의 닫혀있는 맨 뒤 칸에 탄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소상공인 입장에서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연대와 네트워크다. <설국열차>의 주인공들이 앞 칸까지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스스로의 연대와 정보공유였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설국열차의 앞 칸은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진정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해진 레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앞이 아닌 옆을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영화 속 아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설국의 북극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오직 전진이 아닌 옆의 문을 뚫고 나갔을 때 이었다.

맹목적인 연대와 네트워크는 기성세대에서 많이 봐왔다.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자신만의 문을 가지고 있을 때 네트워크도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젊은 커피 전문가들은 커피 산지에 뛰어들어 각자 구축한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며 '앞 칸'이 아닌 옆 문을 뚫고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알고 있는 지식을 내어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연합해서 그린 빈이나 커피 용품 등을 공동구매 하거나 옥션에 참여한다. 이들의 목표는 커피업계의 맨 앞 칸을 쟁취하는 게 아니라 커피의 판을 키워가는 본질을 명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 정해진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치킨 집 들이 가게 문을 열고 또 많이 닫았다. 커피 업계가 이런 아픔을 겪지 않기 소망한다. '누군가 앞 칸에서 열차를 잘 운전해주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나이에 상관없이 낡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 덕담으로 주고받는 복이란, 실상 누군가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실천을 통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