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커피에 대한 열풍에서 요즘 눈에 잘 띄는 용어 중 하나가 스페셜티(spetialty) 커피다. 주로 다국적 기업이나 체인점 커피의 차별화를 위해 로컬 카페들이 많이 알리면서 한국에서도 스페셜티 시장이 열렸다. 1978년 프랑스 커피 국제회의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인데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탄산음료에 대항하기 위해 출현했다. 당시 커피는 과도한 생산 경쟁으로 인해 품질의 저하를 가져오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매약으로부터 출발한 탄산음료의 인기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이에 커피 업계에서는 경각심을 가지며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스페셜티 커피 정의 자체를 쉽게 풀어서 말하면 와인에서 이야기하는 각 나라 각 지역의 독특한 기후나 토양의 조건을 잘 살려 재배하는 ‘테루아(terroir)’적 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데, 그래서 그저 생산되는 커피가 아닌 그 지역의 지리적, 환경적 조건을 최상으로 살려 재배하는 커피를 말한다.

역사적 배경이라 이렇지만 요즘 어디서나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만 눈에 띈다. 그럼 과연 무엇이 스페셜티 커피인가? 커피에 조금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SCAA(미국스페셜티협회)나 COE(Cup Of Excellence) 단체에서 진행하는 품질관리 및 옥션(Auction) 프로그램을 떠올릴 수 있다. 대부분 용어가 그렇듯이 ‘목록화’가 이루어지고 나면 그 뜻은 시대의 시장 변화에 적용되고 변용된다.  

그래서 언뜻 생각해 이 두 단체에서 이루어지는 커피가 스페셜티의 전부로 오해할 수 있다. 모든 커피 생산국들이 이 두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주 정부 단위나 국가적 차원에서 스페셜티를 관리하기도 한다.

그럼 사실 더 복잡해지는 거 아닌가? 그러나 본질을 알면 더 간단하다. 쉽게 말해 스페셜티는 맛이 좋은 커피다. 무엇보다 스페셜티에서 중요한 것은 ‘단맛’이다. 만약 누군가 단맛, 깔끔한 맛, 좋은 신맛, 복합적인 향기 등 중에 꼭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맛이어야 한다.

혹자는 커피는 향기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데 물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향이 피어 나와도 맛에서 떫은(astringent) 맛이 강하거나 단맛이 없는 밍밍한 커피라면 절대 좋은 커피라 말할 수 없다.  

다양한 나라들의 생두를 로스팅하고 커핑할 때 가끔 아쉬운 커피들을 만나는데, 향이 매우 뛰어난 데 비해 단맛이 부족하거나 뒷맛(aftertaste)이 좋지 않아 브렌딩 전체에서도 부정적인 맛을 이끌어내는 경우들이다.  

단맛이 좋을수록 뒷맛(aftertaste)의 여운도 길어진다. 단맛이 혀에 남아 점성이 오랫동안 후각을 인지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단맛의 여운은 오래가되 잡맛이 함께 느껴지거나 부정적 요소가 오래 남아 있지 않은 깔끔한 맛이어야 한다. 그래서 커피에서는 클린컵(Clean cup)이라 하여 평가하는 항목이 따로 있다.

다음으로 신맛(Acidity)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신맛 나는 커피를 종종 경험할 것이다. 신맛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Soury’한 신맛이 있고 새콤 달콤한 ‘Acidy’가 있다. 이 부분은 커피의 맛과 향 코너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겠다.  

이런 요소들을 잘 찾아내고 구별하는 ‘능력자’들의 경우에는 스페셜티를 고르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어느 단체에서 매겨진 순위나 옥션에서 이루어진 가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단순히 몇몇 단체가 세운 기준일 뿐 커피 전체의 기준은 아니다. 그리고 무조건 비싸면 스페셜티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다. 우리가 뒤에서 ‘커피의 가치에 대한 이해’라는 부분에서 살펴보겠지만 결코 가격으로만 판단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순위만으로도 전적으로 맡길 수도 없다.  

순위는 생산되는 커피 전체의 순위가 아니라 그 나라 그 지역의 순위이다. 이것이 전체 좋은 커피의 기준은 아니다. 가령 어느 나라 1위 커피는 그 나라의 지역적, 기후적 특성을 잘 살린 그 기준의 1위 커피이지 전 세계 1위가 아니며 때로는 다른 나라 15위 커피가 더 훌륭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단순히 희소성의 가치나 명성 때문에 비싼 경우도 있다.

소비자들이 스페셜티를 고르는 안목을 키워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목록화’라는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목록화’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 커피를 ‘발달심리학’에 견주어 이야기하면 ‘좋은 맛’을 찾아내는 것은 선천적인 부분만도 후천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커피’를 느끼고 깨달을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장 피아제(Jean Piaget)가 말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고 그 부분에 맞는 적절한 경험이 필요’한데, 이때 이 경험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교육이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란 온갖 상업적인 커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커피 본질의 맛을 즐기려는 자세를 의미한다.  

오직 품질로 느껴지는 스페셜티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늘어날 때 커피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더 찾아내고 발전시키기며 노력할 것이다. 결국 거품이 없는 진정한 스페셜티 시장은 소비자에게 달린 셈이다.  

글=김정욱 現 딸깍발이 코퍼레이션 대표. 現 커피비평가협회 한국본부장.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베스트 컵 콘테스트 심사위원(2015 BCC)

출처 : 이데일리 - 2015 / 04 / 11